사랑방
작성자 류근영
작성일 2014-09-18 (목) 17:53
ㆍ추천: 0  ㆍ조회: 264      
IP: 112.xxx.147
아빠의 쪽지

    * 아빠의 쪽지 *

    "내일 학교 가려면 일찍 자야지? 아빠가 몇 시에 깨워 줄까?" "······ 몰라요."
    아이가 퉁명스럽게 대답을 한 건 운동화 때문이었다. 일주일 전 체육 시간에 달리기를 하다가 낡은 운동화가 찢어지는 바람에 친구들 앞에서 이만저만 창피를 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날 집에 오자마자 아빠에게 운동화 얘기를 했지만 아빠는 선뜻 새운동화를 사 주마라고 약속하지 않았다. 장애인인 아빠는 그동안 변변한 일거리를 찾지 못했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시(市)에서 주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집안 형편을 빤히 알고 있는 아이도 더 이상 조를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한 주가 지나고 다시 체육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는 그 찢어 진 운동화 때문에 애가 탔다.
    그냥 구두를 신고 갈까? 아니야, 흰 체육복에 까만 구두는 더 눈에 뛸 거야. 그럼, 아프다고 하고 학교에 가지 말까?' 아이는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학교 늦겠다. 어서 일어나야지 !"
    아빠가 깨우는 소리에 아이는 부스스 눈을 떴다. 동시에 운동화에 대한 고민도 다시 시작되었다. "밥상 차려놓았으니 먹고 가거라. 학교 급식은 잘 나오지? 밥은 꼬 박꼬박 잘 챙겨먹어야 한다. 알겠지? 그럼 아빠 먼저 나간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잔소리가 많으신지 아이는 아빠가 밉기만 했 다. 다리를 절름거리시며 현관을 나서는 아빠를 아이는 건성으로 배웅했다.
    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틀림없이 새 운동화를 사 주셨을 텐 데······ 아이의 엄마는 오랫동안 병을 앓다가 지난겨울 세상을 떠났다. 엄 마의 병원비 때문에 아이와 아빠는 그동안 살던 곳을 떠나 이곳 산동네로 이사를 왔다.
    속상한 마음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훌쩍이던 아이는 수도꼭지를 틀어 찬물로 세수를 했다. 그렇게 울음을 삼키고 학교 갈 준비를 마친 아이는 힘없이 신발장을 열었다.
    그런데 신발장 안에는 찢어진 운동화 대신 하얀 운동화가 얌전히 놓여 있었다. 새것은 아니었지만 깨끗하고 좋아 보였다. 몸도 불편 한 아빠가 저 운동화를 구하러 다니고 또 깨끗이 빠느라 무척 고생 을하셨을 것이다.
    운동화를 집어 드는 순간 아이의 눈에 조그만 "쪽지"가 보였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신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발걸음으로 살아라."
                                                                사랑하는 아빠가 
    
    
    하얀 운동화를 신고 신발 끈을 꼭 조여 맨  아이는 하교를 향하여 
    힘차게 집을 나섰다.

    God is love.♥

     


        이름아이콘 유창형
        2015-01-29 22:55
        회원사진
        눈문나는 글입니다.
           
        이름아이콘 류근영
        2015-01-30 18:57
        유창형님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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