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작성자 류근영
작성일 2014-06-17 (화) 13:03
ㆍ추천: 0  ㆍ조회: 246      
IP: 112.xxx.170
약을 팔려고 애쓰지 않는 약사

    * 약을 팔려고 애쓰지 않는 약사,*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 어귀에 약국이 하나 있다. 몇 년 사이에 주인이 세 번쯤 바뀌었는데, 이번에 간판을 건 사람은 꽤 오래 하고 있다.
    어쩐 일인지 먼저와는 달리, 약국 안 의자에는 동네 사람들이 늘 모여 앉아 있곤 한다.
    지나다 보면,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수더분한 인상의 여주인이 사람들과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약국 규모도 점차 늘어나는 듯하다.
    그 약국 여주인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날, 시내에서 부터 머리가 아파 집으로 오는 길에 약국에 들렀다.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에게 "두통약을 달라"고 했더니, "좀 쉬면 괜찮아질 거"라면서 찬 보리차를 꺼내 한 컵 따라준다.
    그러면서 "되도록 약은 먹지 말라"고 한다. 생각지 않은 처방에 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약국을 나와 집으로 오는데, 더위 속에서 한 줄기 소나기를 만난 듯 심신이 상쾌해졌다. 그 후로 자연스럽게 그녀와 허물없는 이웃이 되었다.
    외출을 하거나 산책을 나갈 때면 그 약국을 지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유리문 안으로 동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그녀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약만 구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궂은일, 기쁜 일들을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그녀가
    전문 상담역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웃의 일을 내 일인 듯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것이다.
    
    "약을 팔려고 애쓰지 않는 약사,"
    
    
    그녀는 약으로만 병을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람들을 치유해 주고 있다.
    그래서 그 약국은 날로 번창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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